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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대표 국제신문 아침숲길 칼럼게재
[ 2020-12-13 12:20:02 ]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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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온기로 채운 사회적 거리 /배미애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10 19:55:0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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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서 죄송합니다.”’ “조금 떨어져서 말씀드릴게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말이다. 대략 2m의 간격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코로나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자가격리를 비롯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우리의 필수적인 일상이 돼 버렸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라는 용어는 사회 속에서 행해지는 인간관계의 친밀도와 이해도를 측정하는 척도로써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Robert E. Park, 1864~1944)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물리적인 ‘거리’의 개념을 인간감정에 적용해 심리적 거리와 유사한 용어로 사회적 거리를 정의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따르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파크의 정의와는 별개로 ‘물리적 거리(Physical distance)’를 지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고립된 삶도 때로는 의미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 속에서 상호교류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이다. 이러한 사회생활 속에서 인간관계의 사회적, 심리적 거리는 생겨나며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 1914~2009)은 이를 4단계로 구분하여 물리적 수치로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사회적 거리’는 홀이 정의한 3단계에 해당되는데, 사람 간 거리가 1.4m에서 2.4m로 정서적 친밀감이 배제된 이성적 판단에 의한 목적성 만남의 거리이다. 자칫 인간적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피상적 인간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나 홀이 제시한 거리 개념은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간격일 뿐 지금 우리가 인위적으로 준수하는 거리두기 간격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회적 고독 현상이 중대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는 가운데 비록 자발적이기는 하지만 강요에 의해 -강요에 의한 자율은 일반적으로 타율이라고 부른다 - 스스로 경계를 만들어 고립시키는 듯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사회적 소속감이 상실돼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현상과 도시경관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기차 안에 흩어져 앉아 무심하게 무언가를 응시하는 사람들을 그린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우등열차(Chair Car, 1965)’는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지금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또한 텅 빈 방 안에서 한적하고 삭막한 도시를 내려다보는 여성을 그린 그의 ‘아침 해(Morning Sun, 1952)’도 코로나로 인해 고립돼 버린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아 우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미리 엿본 것 같기는 하지만 실상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런 미래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 우리가 지켜야 하는 2m 정도의 물리적 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사회적, 심리적 거리감으로 이해될 수 있고 스스로가 거리 조절의 주체가 돼 특정 상호관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따라서 오히려 물리적 거리는 지키면서 사회적 거리는 더 좁혀서 친밀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더욱이 2m의 거리에 각자의 온기를 담아 보내면 이 거리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의 이해를 돕는 멋진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직접 온기를 전달할 수 없어도 걱정과 배려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타인에게 보내어 그들과 공감하고 도전의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가는 방법도 근사할 것이다. 얼마 전 영국의 ‘얼굴 없는 거리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Banksy)가 영국 사우스햄튼에 있는 한 종합병원 복도 벽에 벽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몰래 그려 놓아 코로나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위로했다고 한다.

‘그대들의 공존에는 거리를 두길,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로 춤추도록…’.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이 지은 시의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우리 인생에서 각자의 생각과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하며 상호 간에 합의점을 찾아가는 여정에서도 서로를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적당한 물리적, 사회적 간격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혼자 견뎌내야 하는 자신만의 세상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존중하고 조금 멀리 떨어져 지켜보고 인정하고 지지를 보내야 한다. 때마침 서로 간의 ‘거리’를 요구하는 시기에 이 시 구절은 코로나의 어려운 상황을 더 진지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간곡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마스크를 낀 채 2m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 둘 사이는 천공의 온화한 바람으로 채워지기를 염원한다.

갤러리이배 대표